일하기 싫은 날에도 나를 잃지 않는 지혜 ( 이성영 에세이 연재 7편)
향기로운 잔상
NWS방송 입력 : 2026.09.21 (월) 12:30
[NWS방송] 문득 스치는 바람결에 낯선 향기가 실려 올 때가 있다. 강렬하지 않아 오히려 코끝에 은은하게 머무는 그 향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다. 불현듯 떠오르는 아련한 기억처럼 그 향기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향기 나는 남자 참으로 낭만적인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값비싼 향수를 뿌린 남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에게서는 삶의 풍경이 배어 난다. 갓 내린 새벽 공기의 청량함일 수도 오랜 시간 숙성된 나무의 깊은 숨결일 수도 있다. 때로는 갓 구운 빵의 따스함처럼 포근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흙 내음 섞인 풀잎의 싱그러움처럼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진정으로 향기로운 남자는 억지로 꾸미려 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고유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그의 눈빛일 수도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일 수도 있다. 혹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의 삶의 태도일 수도 있다. 그런 그의 향기는 인위적인 향수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와 진실성을 지닌다.

나는 종종 길을 걷다 문득 느껴지는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곤 한다. 그 향기가 이끄는 대로 시선을 옮기면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향기로운 남자는 마치 잘 쓴 시와 같다. 짧은 순간에 마음을 사로잡고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그의 향기는 단순한 냄새가 아닌 삶의 아름다움을 은유하는 언어와 같다.

오늘, 스치는 바람에는 어떤 향기가 담겨 있나요?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향기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의 향기는 결코 화려함에 있지 않다. 은은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향기가 아닐까.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길가의 작은 들꽃도 흙과 햇빛, 바람과 비가 도와주어 핀다. 새도 혼자 날지 않는다. 두 마리가 함께 날고 또 무리를 지어 노래한다. 사람도 그렇다. 기쁨은 나누어야 더 커지고, 슬픔은 나누면 덜어진다.

함께 살아가는 지혜는 거창하지 않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마음 사소한 실수를 용서하는 마음, 내 자리를 조금 양보하는 마음이다. 이것만으로도 세상은 한결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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